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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11월 마지막 날, 김치 크레이빙(craving)이 생길 줄이야



 1년동안 김치 없이 잘 살았는데...


저는 현지에 가면 그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으로 요리하는 걸 선호하고, 하비비는 제가 차려주는 음식에 불평 없이 늘 맛있게 먹어줍니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제가 차리기 편한 음식들을 주로 하곤 했습니다. 한식을 하는 일은 드물었죠. 가끔 밥을 짓은 뒤 밥솥 안에 참치 넣고 샐러드 풀 넣고 고추장, 참기름에 비벼서 먹거나, 주로 운동 후 식사는 늘 단백질 보충을 위해 닭가슴살을 먹은 터라 된장, 고추장을 제외하고 따로 한식 찬거리를 해 놓을 일도, 사 놓은 적도 없었던 거죠


<#1 가장 많이 해 먹는 닭가슴살구이 + 샐러드>


더군다나 DC안에 살고 있고 자가용도 없으니, 버지니아에 있는 한국 식료품점은 따로 차를 렌트하거나 친구의 도움이 없이는 가기 어렵습니다. 저희 동네에는 남미 사람들이 많아 그에 맞는 식료품점이 많은데요, 다행이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한국분이 운영하시는 식료품점이 있더라구요. 돈이 있어도 살 곳이 없어 라면조차 귀하게 느껴졌던 아집트 시절에 비하면 그곳에는 라면도 종류별로있고, 웬만한 양념과 쌀들 과일과 과자까지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그때그때 들어오는 물량에 따라 재고가 달라져서 찾는 물건이 없을 때도 있지만요, 그래도 한국 식료품을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으니 다행이죠.



<#2 가을에 호박 철이라 버터넛 호박과 찹쌀 가루로 만든 호박죽>


여유가 있을 때 새로 들어온 건 없나 둘러보는 데 연두부와 병에 담긴 김치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한번 사 볼까 하다 맛이 어떨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그냥 나왔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음식을 사기 전 이상할까 고민하는 버릇은 이집트에서부터 시작되었어요. 얼마 지나 하비비와 함께 장을 보러 가서 둘러보다가 다시 눈에 띄어, 그리고 이상하게 김치가 끌려서 연두부와 김치를 집어 들었습니다. 만약 김치가 맛없으면 김치찌개라도 끓여서 먹으면 된다며 자기자신에게 용기를 주면서요. 


<#3 최근 저와 하비비가 푹 빠진 문제의 김치>


 기대 반 걱정 반 긴장감 속에 뚜껑을 열고 한 입 먹어보니 아삭함과 맛이 정말 맛있어서 1년 반 동안 어찌 이 맛을 잊고 살았나 싶었습니다. 심지어 김치 먹은 후 올라오는 김치 트름마저도 향기롭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산 지 하루 만에 절반을 비웠고, 이것으론 저와 하비비의 김치에 대한 갈망이 채워지지 않아 처음으로 온라인 한국 식료품점에서 김치와 깍두기를 주문 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글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