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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이집트가 나에게 특별한 이유


스물셋에 이집트로가 카이로에서 1년 반 정도 살았다.

언어와 문화를 배우러 간 그 곳. 사전조사를 얼마나 안 했는지 그 흔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조차 생각나지 않더라. 한마디로 이집트는 나에게 "백지"였다.  카이로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뜨거운 여름볕 아래에서 나의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책으로만 배우고 어렵풋 들었던 것들이 내 눈앞에서 생생하게 살아서 돌아다니는 것이 너무나 새로웠다. 대학 시절 내내 부모님과 같이 살다가 처음으로 혼자서 자취하게 된 곳도 이집트였다. 동생과 방을 같이 쓴게 20년 가까이 한이 되었는지 이집트에선 선뜻 '혼자' 살아보겠다고 선언했다. (다른 유학생들은 방 3개정도 있는 집을 빌려 월세를 쉐어해서 사는게 일반적이었다.) 


1년 반 동안의 시간동안 숱한 외로움과 향수병을 겪어 나가면서 내 성격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고, 집에서 당연하게 느꼈던 것들이 누군가의 노력으로 나는 편할 수 있었구나. 가족에 대한 고마운 마음, 부모님에게 대한 존경과 감사. 그리고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카이로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현지인들과 부대끼면서 지냈던 이 시절이 물론 매 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내 인생을 돌아볼 때 이집트를 빼놓고 이야기 하는게 어려울 정도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리고 


올해 겨울 연말을 남편과 함께 이집트에서 보내기로 했다. 2년 만에 가는 이집트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리고 나도 얼마나 변해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지금 


설레는 마음으로 이집트행 짐을 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