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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미국 남부 자동차 여행 동안 묵었던 숙소



 숙소 고르는 건 늘 어렵다. 


 우리 부부가 여행 중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숙소예약을 할 차례. 신혼여행에서는 하비비의 탁월한 숙소 선택으로 정말 푹 쉬며 즐겁게 여행한 기억에 당연히 이번에도 하비비가 할 거라 기대했는데... 세상엔 당연한 건 하나도 없다. 학기와 인턴을 하고 있어 정신없이 바쁜 하비비를 대신해 이번엔 내가 숙소를 알아보기로 했다. 출발 한 달 전부터 틈틈이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com)에서 후기를 낱낱이 읽고 또 읽은 뒤 괜찮을 거 같은 숙소를 지역마다 1~2개 제안 후 결정했다. 영어가 완벽하지 못해 더욱 걱정되었는데 인간은 필요하고 닥치면 모든 걸 할 수 있는 동물임을 느꼈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과소평가할 이유는 없다. 완벽하게 하려는 생각보다 그냥 한다는 마음으로 하면 된다.


숙소 고를 때 중점적으로 본 건 주차 무료, 아침 식사 포함 여부, 주요 관광지와의 거리를 중점적으로 봤다. 워싱턴 DC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생활하니 평소에 쓰지 않던 차를 동반하는 여행이라 주차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곳이 가장 우선이었다. 아래는 우리 부부가 묶었던 숙소와 개인적인 평을 적어 본다.



1 찰스턴 

타운 앤 컨트리 인 앤 스위트(Town & Country Inn and Suites) http://www.thetownandcountryinn.com/

투숙객 주차 무료, 아침 식사 불포함. 퀸사이즈 침대 2, 전자렌지, 커피메이커, 작은 냉장고, 샤워실, 욕조, 이집트 면 시트, 평면TV, 헤어드라이어, 사무용 책상과 의자 포함


선택 이유 : 첫날 DC에서 찰스턴이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처음 해보는 장거리 운전이라 타고 내려가는 I-95 부근의 숙소로 하는 게 피로가 덜할 거라 예상하고 찰스턴 시내와도 차로 가까워 선택했다.


이용 후기 : 흔히 볼 수 있는 호텔 체인이다. 내부 구조나 방 구조가 익숙해 적응하기 쉽다. 단점은 특별한 게 없다는 것. 지역이 아무리 바뀌어도 같은 체인의 숙소는 로비부터 객실까지 정말 비슷하다. "낯선 혀의 긴장"속에서 잠잘 곳은 익숙한 풍경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희한하게도 더블사이즈 침대 1개의 방보다 퀸사이즈 침대 두 개 있는 방이 가격이 저렴했다. 

 

2 세인트오거스틴 

오거스틴 인(Augustin Inn) http://www.agustininn.com/

투숙객 주차 무료, 아침 식사 포함 (16번 방 - 수건, 비누, 샴푸, 헤어드라이어, 천장에 붙은 선풍기, 케이블TV 보유 / 냉장고, 다리미는 요청할 시 제공), 앞마당과 응접실에서 와이파이 사용 가능 


선택 이유 : 역사지구 안에 있어서 이동시간을 줄이고 관광에 더 쏟을 수 있고 숙식제공이 되는 숙소(Bed & Breakfast Inn)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나쁘다는 평이 하나도 없어 더 끌렸다. 역사지구 안에 있는 숙소 자체가 역사지구 일부분인 숙소에서 한 번쯤 묶어보고 싶었다.


이용 후기 : 외관으로 본 규모가 아담하다. 웹사이트에서 사진으로 보니 총 객실이 18개로 방마다 모습이 다 다르다. B&B와 일반 호텔 체인의 차이는, B&B는 아침 식사 시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면 음식을 가져다주신다. 호텔 체인은 뷔페식인 곳이 대부분이다. 

역사지구 안에 있는 숙소라 건물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지 않아 일단 잠시 앞에 정차 후 체크인을 하고 짐을 내려놓고 주차 패스를 받고 숙소에서 걸어서 7분 정도 떨어진 곳의 공공 주차장에 주차했다. 세인트오거스틴 자체가 도보 관광이 주를 이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1층에 있는 16번 방에서 지냈는데 방 크기는 호텔 체인과 비교하면 작다. 작은 방에 엄청난 크기의 월풀 욕조가 있어서 샤워 후 김 빼는 게 조금 불편했다. 

숙박료는 호텔 체인에 비해 가격이 있었지만, 도보로 걸어 다닐 관광지 안에 있어 지치면 숙소에 와 커피 마시며 쉴 수 있어 편했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아침 식사가 정말이지 맛있었다. 숙소도 예뻐 숙소사진을 참 많이도 남겼던 기억이 난다. 한국인 투숙객은 처음인지 운영하시는 분이 어떻게 알고 왔느냐고 무척 관심을 보였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본 평대로 참 좋았다. 떠나기 아쉬웠다. 



3 마이애미 비치 

타운하우스 호텔 마이애미(Townhouse Hotel Miami)http://www.townhousehotel.com

대리 주차, 아침 식사, 와이파이, 옥상 테라스, 작은 냉장고


선택이유 : 바다와 가깝고 걸어서 2분, 공영주차장까지 거리는 걸어서 10분으로 가까웠다. 바다와 인접한 다른 숙소보다 가격이 적당해 선택했다. 

 

이용 후기 : 웹사이트의 사진과 현실과 다르지 않은데 뭔가 사진이 더 분위기 있게 나왔다. 밤의 카이로가 생각났다. 실제로 보는 것보다 사진 속의 풍경이 더 좋아 보이던. 밤의 나일 강과 카이로의 야경. 방은 정말 단순하고 하얘서 병원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화장실이 다소 비좁았지만, 더운물 잘 나오면 된 거다. 3층에 있는 방을 썼는데 층마다 엘리베이터 옆에 스텝퍼 기계가 있어 자투리 공간을 재미있게 썼다고 생각. 하지만 운동하고 싶진 않았다. 호텔 체인처럼 딱 떨어지는 맛은 없지만, 관리는 잘 되어 있었고, 아침 식사는 주로 차가운 음식들로 삶은 달걀, 머핀, 베이글 등이 있었고, 커피 직접 간 오렌지 주스와 자몽주스가 맛있었다. 


4 키웨스트

킹 세일 리조트모텔(Kingsail Resort Motel)  http://www.marathonfla.com/ 

주차 무료, 냉장고, 전자레인지, 와이파이 무료


선택이유 : 계획 당시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을 갈지 키웨스트만 갈지 결정을 하지 않아 둘 다 갈 수도 있으니까 중간 지점인 마라톤(Marathon)에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예약을 했다. 3박을 계획하고 있어서 키웨스트의 숙박비용은 비싸도 너무 비쌌다. 도로가 양방향으로 일 차선만 있어서 들어가고 나올 때 혹여 사고라도 나면 몇 시간이고 정체가 있다는 후기를 읽은 터라 관광만 하고 나오자는 계획만 세웠다. 


이용 후기 : 바다와 섬을 지나는 오버시(Oversea) 고속도로의 거의 한중간에 있는 숙소. 숙소 뒤편에 만이 흐르고 보트를 정박할 수 있는 작은 선착장이 있어 배를 가지고 관광할 수도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관광지로 들리는 곳이 아니라 무척 조용하고 고요했고, 웹사이트에 나와 있는 객실 사진보다는 실물이 더 나았다. 체크인할 때 우리 부부의 예약증을 따로 빼놓지 않아 예약이 안 되어 있다고 하고 빈방이 없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는데 노부인께서 주변 숙소에 전화를 돌려 빈방이 있는지 수소문해 주시기까지 했다. 다행히 숙소 전산망에서 예약내용이 확인되어 체크인을 무사히 할 수 있었다. 

방은 소파와 텔리비젼이 있는 거실 + 식탁, 커피메이커, 전자렌지, 냉장고, 싱크대가 있는 공간과 킹사이즈 침대가 두 개 있는 침실이 분리된 구조로 두 사람만 묶기에는 넓었다. 가족단위로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더 좋을 거 같다. 화장실은 방의 크기에 비해 비좁고 욕조가 없이 서서 샤워하는 방식이었는데 화장실 안에 따로 환풍시설이 없어 늘 방의 에어컨을 틀어서 열기를 식혀야 했다. 키웨스트의 비싼 숙박료를 생각하면 잘 골랐다고 생각한다.


5 페르난디나비치

플로리다 하우스 인(Florida House Inn) http://floridahouseinn.com

주차 무료, 아침 식사 포함(B&B), 와이파이


선택이유 : 여행과 2013년을 마무리하는 곳- 조용하고 차분하게 쉴 수 있는 곳을 원했다. 


이용후기 : 세인트오거스틴에서 묶었던 숙소와 비슷한 B&B이다. 시내에 자리 잡고 있어 숙소 주변은 걸어 다니며 볼 수 있었고, 바닷가와 차로 20분 이내로 가까운 위치였다. 객실은 총 17개로 방마다 특색이 있고, 방이 아주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지 샤워를 하다 보면 바닥에 물이 잘 빠져나가지 않아 조금 별로였지만 방은 아주 깔끔하게 관리되어 큰 불편함은 없었다. 아침이 되면 1층에 있는 식당에서 그날그날 요리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숙소를 관리해 주는 분들이 굉장히 친절했고 1층의 휴게 공간에는 Keurig기계가 있어 커피와 애플 사이다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 관광하는 도중에 휴식이 필요하면 언제든 돌아와 지친 다리를 쉬고 재충전하곤 했다. 1층의 휴게 공간 건너편에는 Mermaid Bar가 있어 2013년의 마지막 날을 와인과 함께 보냈던 기억이 난다.